소카(Socca) 유래와 역사 – 니스의 병아리콩 팬케이크가 사랑받는 이유

오동통통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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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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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카(Socca) 유래와 역사 – 니스의 병아리콩 팬케이크가 사랑받는 이유

🧭 서론

남프랑스 니스(Nice)의 활기찬 골목을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하게 구워지는 향이 후각을 자극하고, 커다란 철제 팬에서 얇게 퍼져가는 반죽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현지인들은 종이포일에 싸인 이 바삭하고 따끈한 음식 하나를 들고 커피나 와인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곤 합니다. 이 음식은 바로 소카(Socca). 단순한 병아리콩 팬케이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백 년 동안 지역 주민의 식생활과 정체성, 공동체 정신 속에 뿌리내린 니스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입니다.

소카는 단 네 가지 재료—병아리콩 가루, 물, 올리브유, 소금—로 만들어지는 아주 단순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Liguria) 지방에서 유래한 파리나타(Farinata)와 유사한 소카는, 지중해 연안의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이름과 형태로 발전해 왔으며, 니스에서는 이를 토대로 자신들만의 전통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역사적으로는 항구 노동자와 어부들이 즐겨 먹던 서민 음식이었으며, 장작불로 구워 낸 소카는 바삭한 겉면과 쫀득한 속살의 대비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소카는 단순한 지역 음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니스라는 도시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경계 위에서 정체성을 형성해온 역사, 민족성, 자존심, 그리고 독자적인 식문화의 흐름이 이 작은 팬케이크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면서도, 동시에 문화적 상징이자 공동체를 잇는 실입니다.

21세기 들어, 소카는 '글루텐 프리', '고단백', '식물성 식단' 등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민감한 현대 식문화와 맞물리며 전 세계적으로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병아리콩 가루로 만든 반죽은 건강한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공급해주며, 베지테리언과 비건 식단에도 자연스럽게 들어맞는 요소입니다. 간편하면서도 깊은 풍미, 전통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유연함, 이 모든 것이 소카라는 음식 안에 절묘하게 녹아 있습니다.

소카의 기원과 역사

소카(Socca)는 오늘날 프랑스 니스(Nice)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뿌리는 니스 지방을 넘어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 지역, 그리고 더 멀게는 지중해 고대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카는 병아리콩 가루를 주재료로 하여 물과 올리브유, 소금만을 넣고 두껍지 않게 구워 만든 팬케이크 형태의 음식으로, 그 단순함 속에 오랜 시간의 전통과 지역성을 담고 있습니다.

소카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문헌적 증거가 남아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이탈리아 리구리아의 '파리나타(Farinata)'**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며, 두 음식은 형태와 재료, 조리 방식에서 매우 유사합니다. 병아리콩은 고대 지중해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던 콩류로, 로마 제국 시대에는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육류 섭취가 제한되었던 지역에서 그 가치는 더욱 높았습니다. 따라서 병아리콩 기반의 팬케이크류 음식은 가난한 서민들과 채식주의 수도사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아온 음식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카는 18세기 후반~19세기 초 니스 지역에서 노동자 계층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고, 항구와 어시장 근처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식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초기에는 나무 장작을 이용한 고온의 화덕에서 구워졌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전통 조리 방식으로, 높은 열로 인해 소카의 바깥면은 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소카는 니스의 지리적 위치—이탈리아 국경과 가까우며, 지중해와 맞닿은 도시—덕분에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흡수하면서도 독자적인 발전을 이뤄낸 대표적인 민속 음식입니다.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 아닌, 시대와 계층, 국경을 넘어 형성된 음식 문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카의 조리 방식과 재료

소카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한 재료로 만들어지며, 이 심플함이 오히려 이 음식의 진정한 정체성이자 매력입니다. 전통적인 소카는 네 가지 핵심 재료로 구성됩니다: 병아리콩 가루(Chickpea flour), 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그리고 소금. 이 외에는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으며, 조리 방식 또한 직관적이지만, 결과물은 깊고 고소한 풍미를 자아냅니다.

조리 전 최소 2시간 이상, 길게는 하루 전부터 병아리콩 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을 숙성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숙성 시간은 단순한 재료 혼합을 넘어서 병아리콩 특유의 밀도감과 고소한 향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소금은 과하지 않게, 오일은 듬뿍—이것이 정통 니스 스타일의 조리 철학입니다.

전통 방식에서는 직경 약 40~50cm 정도의 커다란 구리 팬을 사용하며, 그 위에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두른 뒤, 반죽을 얇게 붓고 화덕에서 고온으로 단시간에 굽습니다. 그 결과물은 바삭한 크러스트와 촉촉한 내부가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질감의 팬케이크가 완성되며, 여기에 갈라진 부분이나 살짝 탄 가장자리조차도 감칠맛을 더해주는 핵심 요소로 여겨집니다.

니코와(니스 사람들)는 소카를 결코 고급 요리라 여기지 않으며, 오히려 “심플함 속의 정직함”,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으로 소카의 정체성을 설명합니다. 조미료나 치즈, 추가 토핑 없이 소금만 살짝 뿌려 먹는 것이 정석이며, 갓 구운 소카를 종이 포일에 싸서 손으로 찢어먹는 모습은 니스의 시장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소카와 니스 지역 정체성과의 관계

소카는 니스 사람들에게 단지 간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 정체성의 일부, 나아가 문화적 자존심의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니스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서 문화적, 정치적 정체성을 놓고 다툼이 잦았던 지역입니다. 실제로 니스는 1860년까지는 이탈리아 사보이아(Savoy) 왕국의 일부였고, 이후 프랑스로 편입된 도시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역사 속에서 소카는 니스가 프랑스에 속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리구리아(이탈리아 북서부) 음식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상징적인 예시입니다. 니스 시민들에게 있어 소카는 “우리는 프랑스인이지만, 니코와(Niçois)이기도 하다”는 자부심을 상징하는 음식인 셈입니다.

실제로 니스의 거리에서는 오늘날에도 소카 전문 노점이나 가게들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조금씩 다른 레시피와 팬 두께, 굽는 온도 등을 자랑합니다. 각 가게마다 '우리 것이 진짜 소카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오히려 지역 공동체가 이 음식을 얼마나 자부심 있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소카는 또한 니스의 일상성과 휴양지로서의 정체성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합니다. 로컬 주민은 아침이나 점심으로, 관광객은 니스의 분위기를 체험하는 수단으로 소카를 즐깁니다. 지역축제나 문화행사에서도 반드시 등장하며, 음식이 단지 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지역의 감정'을 나누는 매개체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습니다.


현대의 소카: 세계화와 새로운 해석

21세기 들어 소카는 프랑스 니스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음식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글루텐 프리, 비건, 고단백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병아리콩을 사용한 소카는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뉴욕, 런던, 도쿄 등 글로벌 도시의 브런치 카페나 자연식 레스토랑에서 소카를 응용한 메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은 ‘플레인 소카’가 기본이지만, 현대에는 소카를 피자 도우처럼 활용하거나, 타파스 스타일로 작게 구워 치즈, 토마토, 허브, 심지어 훈제 연어, 아보카도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시키는 창의적인 변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카가 ‘형태는 단순하지만 응용은 무한한 음식’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한 병아리콩의 특성상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며, 저혈당 지수(GI)가 낮아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강식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포츠 영양식, 키토제닉 대체식, 1인 식사 대용 음식 등으로도 주목받으며, 패키지 냉동식품이나 요리 키트 형태로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와 니스 관광청은 소카를 **지중해 음식 유산(Mediterranean Diet Heritage)**의 중요한 요소로 보존하고 있으며, UNESCO의 비물질문화유산 목록 등재를 위한 활동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음식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문화의 본질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보여주는 흐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결론

소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니스의 햇살, 항구의 역사, 지역 공동체의 삶,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미각의 언어가 만나 하나의 팬케이크에 응축된 문화의 결정체입니다. 병아리콩이라는 기본 재료에서 출발해, 고온의 화덕에서 바삭하게 구워져 나오는 그 순간까지 소카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며, 세대를 연결하는 전통입니다.

니스에서는 오늘날에도 이 소박한 음식을 만드는 수많은 장인들이 있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오래된 레시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팬의 온도를 강조하고, 누군가는 올리브오일의 품질을 중시하며, 또 어떤 이는 반죽 숙성 시간을 하루 넘게 유지함으로써 소카에 더욱 깊은 풍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전체가 바로 ‘음식이 곧 문화’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전통적인 소카가 전 세계인의 식탁에도 점점 더 많이 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식단 속에서 소카는 글루텐 프리 & 플렉시테리언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킬 수 있는 드문 음식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다양한 토핑이나 소스와의 결합을 통해 창의적인 퓨전 요리로도 재탄생하고 있으며, 이는 소카가 단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로도 열린 음식임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소카를 먹는다는 것은 단지 병아리콩 팬케이크를 먹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니스라는 도시가 쌓아온 역사, 사람들의 노동과 삶, 전통을 존중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그것을 계승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소카는 영원히 소박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음식입니다. 그 깊은 맛은 지금 우리의 식탁에도, 또 전 세계의 골목길에서도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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